오래된 밥상

양문규

고추 한 망태 따내고 풀 한 짐 지고

해 저물어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

어두운 방 홀로 밥상도 없이

날된장에 고추 찍어 밥 한 사발

찬물에 말아 후딱 치울 때

둥근 쟁반 위에 놓인 샘물 속으로

초저녁 잔별들이 내려앉는데,

거기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밥상

오두마니 들어앉아 있는데,

할아버지 할머니, 삼촌 고모 조카들

가스르르 보이지 않아

풀벌레 우는 저녘 목구멍이 뜨겁다